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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7월 02일
프로이트와 그의 제자 융이 등장하는 제드 러벤펠드의 추리소설 <살인의 해석>의 화자는 ‘나’로 등장하는 미국의 정신분석학자 ‘영거’라는 인물입니다. 소설에서 1899년, 그러니까 다음 세기를 앞두고 영거박사가 17살 때 알아 낸 일종의 독특한 ‘발견’에 흥분하면서 알하시는 아버지를 방해하며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회고장면이 있습니다. 영거의 ‘발견’은 이것입니다. 근대의 여명기, 인류 역사에서 최상의 천재성이 혁명적으로 발현되는 현상에는 모두 공통으로 적용되는 특이한 사실이 하나 있는데 이 천재들 모두가 세기가 바뀌는 때에, 더 정확히는 새로운 세기의 첫 10년에 나타났다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회화, 시, 조각, 자연과학, 희극, 문학, 음악, 물리학 분야에서의 천재들을 다음과 같이 예를 들어 보입니다.
회화에서는 당시 감정가들이 모두 입을 모아 손꼽는 스크로베니 예배당의 벽화를 그린 조토 (이 프레스코화를 1303년에서 1305년 사이에 그렸다.). 시 분야에서는 단테가 쓴 <<신곡>>의 첫 편인 <지옥> (이 시는 1302년 단테가 피렌체에서 추방된 직후에 일상어로 쓴 최초의 문학작품.) 조각분야에서는 1501년 대리석으로 조각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 그리고 그해 현대과학의 기초적인 혁명이 일어나는데 코페르니쿠스가 천문을 관측하면서 숨겨진 진실을 간파해냈다고 제시합니다. 이 외에도 문학에서는 위대한 소설 중에서 <돈 키호테>를 꼽으면서 1604년을 지칭하며, 1800년대의 천재는 베토벤이 차지합니다. 베토벤은 첫 교향곡을 1800년에 작곡했고, 도전적인 ‘에로이카’는 1803년에, 5번 교향곡은 1807년에 완성했다면서 청년 영거는 아버지 앞에서 뿌듯한 표정을 짓지요. 그리고는 세기가 바뀌는 순간을 산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말하면서 1600년에 발표된 세익스피어의 <햄릿>을 빼놓지 않았으며 현재 자신의 우상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1900년에 <꿈의 해석>을 출간한 사실을 자신의 ‘독특한 발견’의 정당함을 주장하는데 사용합니다. 아, 하나 더 있습니다. “1905년에 무명의 독일-유대인계 스위스 특허 사무원이 ‘상대성’이라고 부르는 이론을 내놓았다”고 이미 박사가 된 영거는 회고합니다. 물론 심리학에서 말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실제로 젊은 영거의 말을 듣고 난 아버지는 유치하다고 생각하며 무시합니다.) 꽤나 그럴 듯 하면서 재미있지 않나요? 젊은 영거는 자신이 발견한 이 공통점에 흥분하며 이런 탄식을 하지요. “또 앞으로 백 년 뒤에 밀레니엄이 전환되는 시기를 살 수만 있다면 무엇인들 내놓지 못할까!” 라고. 열일곱의 영거가 살지 못해 안타까워했던 밀레니엄의 10년이 이제 정확히 6개월 남았습니다. 날씨도 구진데 조금 순진하게 영거의 발견을 믿어보자면 세계를 혁명적으로 바꿔놓는 다는 시기였던 그간의 9년 6개월 동안 과연 어떤 분야의 천재(들)가 나왔다고 생각하세요? 올해가 벌써 반이 지나갔다는 아쉬움에서 출발해 연상된 이야기와 유치한 의문입니다. 잠시 생각해봤는데 저는 밀레니엄의 천재가 딱히 떠오르지는 않네요. 제가 다방면에 무식해서.
2009년 06월 19일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남들이 대중적으로 좋아하기 시작하면 애정을 놔버리는 습성이 있다. 예를 들어 남들은 잘 모르는 언더그라운드(요즘은 매체가 홍수여서 이 말을 거의 사용하지 않더라만) 가수를 혼자 알고 좋아라 하는데 그 가수가 공중파에서 인기를 얻고 뜨기 시작하면 그 좋아하는 마음을 던져버린다. 유리상자로 활동 중인 박승화의 어린 솔로시절이 그랬고 장기하는 (아쉽게도) 이제 들어도 발바닥 쩍쩍 달라붙는 곰팡이 향기의 장판 맛이 나질 않는다.
이와 비슷하게 MB정권에 대한 비판 글도 여기저기서 진지하게 혹은 난삽하게 그리고 또는 장난스럽게 넘쳐나니 (흥미를 잃었다기보다는) 홍수물속에 물 한잔 붓는 것 같아 그냥 글은 말고 현장이나 열심히 다닐 결심을 했던 터였다. 그런데 MB정권의 떡밥은 강렬하고 더욱이 끊임이 없어 유혹을 피하기 쉽지않다. 인터넷 사이트 몇 군데만 돌아다녀도 분노를 일으키는 떡밥의 레퍼토리는 무궁무진하다. 이명박과 그 하수인들은 하루도 쉬는 날이 없어 매일같이 새롭고 다양하기까지 하다. 오늘의 떡밥 중 (분노의 세기가 측정가능한지 모르겠지만) 다른 것들에 비해 다소 사나운 분노가 일었던 것은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다가올 일요일에 열릴 예정이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 행사가 불허방침에 이어 정치깡패들에 의해 원천봉쇄 되었다는 소식이다. 집회도 아니고 추모콘서트임에도 불구하고 또 막는다. 사람들만 모이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이 정권은 필시 군중포비아의 중증상태임은 분명해 보인다. 막으면 막을수록 더 모인다는 것을 이 사람들은 모른다. 모르면 알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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