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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8월 27일
신화의 나라 그리스에서 올림픽이 한창이다. 메달을 따든 못따든 열심히 땀흘리며 선전하는 한국선수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며 그 와중에 들려오는 우울한 소식중에 하나가 소위 '금메달을 도둑맞은 사건' 양태영 선수에 대한 이야기이다. 체조 남자 개인종합에서 난이도의 착각이라는 한번 일어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명백한 심판들의 집단오심으로 금메달을 딸수 있는 성적을 거두었음에도 동메달에 그쳐버리는 사건이다. 다들 아시리라....올림픽을 주관하는 IOC는 국제체조연맹(FIG)에 일임한채로 뒷짐지고 있는 상황인듯 하고 FIG는 오심판정은 인정하되 번복은 있을수 없으며, 두개의 금메달 수상 또한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말만 내뱉고 있다한다. 그 이유로 들이미는 것이 "전례와 규정에 없다'는 것이란다.
![]() 이 소식을 들으니....어허~ 저 얘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어디서 저 얘길 들었을까 잠시 1분도 안되는 시간을 두고 생각하니 금방 떠오른다. 그러니까 영화<실미도>를 기획하고 프리프러덕션단계에서의 일이다. 영화촬영장소를 찾기위해 갯벌이 있는 해안, 즉 서해의 모든 섬들을 찾아다녔던 적이 있다. (그때는 실제 장소 '실미도'에서의 촬영은 거의 불가능한것으로 판단되어졌을 때였다.) 주변에 현대식 건물들이 보이지 않아야 하고, 한쪽면은 망망대해가 펼쳐져야 하며, 적당한 해안가와 평지가 존재해야 하고, 서울과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좋고 그리고 또 하나, 무인도 여야하는....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는 섬을 무작정 지도들고 연출부 1명, 제작부 1명과 함께 나다녔었다. 그러다 발견한것이 경기도 화성시에 속해있는 '입하도'였다. 실제 실미도보다는 좀 작은 섬이었지만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유일한 섬이었기에 우리 제작진은 이곳을 촬영장소로 정하고 그에 관한 행정적 허가를 얻어내기 위해 화성시와 접촉을 시도했는데 의외로 수월하게 도와주겠다고 해서 모든일이 수월하게 끝날것 같았었다. 허나, 이 입하도는 화성시 소재의 섬이었지 시소유지가 아니었고 그렇다고 개인소유지도 아닌것이 바로 국유지, 그것도 산림청이 관할하는 지역이었던 것이 문제가 되버린다. 수원에 있는 관할 산림청을 정말 수도없이 방문했던것 같다. 하지만 대답은 '절대불가'였다. 수차례 하소연을 해보기도 하고, 애원도 해보고, 촬영이 끝나면 다시 원상복구를 하겠다고 하기도 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얘기로 꼬셔보기도 했지만 대답은 한결같았다. 담당자의 말은 이랬다. "전례와 규정에 없다." 였다. "도와주고 싶지만 나중에 감사받을때 규정위반으로 지적이라도 받게되면 그 책임을 누가 지겠는가, 내가 져야한다." 라는 말을 덧붙인다. 그 담당공무원이 코앞에 내미는 산림법과 그 이하 법률, 규정들을 샅샅이 뒤져보니 대부조건이 명시는 되어있다. 국유지이므로 개인사업체에는 대부를 할수 없지만 화성시가 자신들의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놓았으므로 그 문제는 피해갈수 있었는데...결국 대부를 할 수있는 실례를 대략 지금 기억하기로 열두어개정도가 적혀있었는데 그 중에 단지 '영화촬영'이라는 단어를 찾아볼수가 없다는 이유였다. 이것이 규정에 없다는 뜻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물론 전례도 없었다. 세상에나... 어떻게 모든 법률, 규정집에 이 세상에 일어날수 있는 모든 상황들을 다 적어놓을수 있는가? 불가능한 일이다. 융통성에 대한 제기를 해봤지만 역시나 '영화촬영'이라는 단어가 그 안에 있지않는이상 안된다는 답만 또다시 들어야했다. (그 공무원을 탓하고자 쓰는 글이 아님을 밝혀둔다. 친절하게 너무 고맙게 대해주셨던 분이다.) 스포츠는 뭐니뭐니해도 '페어플레이' '정정당당' 해야만 한다. 더욱이 비인기종목의 선수가 메달을 위한 집념을 불태우며 그 얼마나 고통스런 땀을 흘렸겠는가? 오심판정은 세상모두가 인정하는데 전례와 규정을 따지는것이 진정한 스포츠정신인가? 잘못됐으면 수정하는 것이 상식이 아니던가? 이미 엎지러진 물이니 그냥 조용히 손해를 감수하라고 하기엔 한 선수의 피와 땀이 너무나 억울하지 않는가? 너무나 뻔뻔한짓 아닌가? 참고로 하나 덧붙이자면 실제 사건이 일어난 섬 <실미도>에서 촬영을 하는 조건이 이 역시 원래대로의 원상복구였다. 그래서 우리는 몇억을 쏟아부어 지은 세트를 촬영하고 다시 또 돈을 들여 갈아엎고는 원래의 피폐한 섬으로 돌려놨다.(이 얼마나 자본의 낭비인가?) 그러나 영화 <실미도>가 흥행대박이 터지자 조용한 섬 실미도에 관광객들이 모이기 시작하였지만 정작 소중한 인천시의 (굉장한 부가가치를 소유한)관광자원이 될 수 있었던 영화 <실미도>세트는 밧줄하나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원상복구를 요구했던 인천시 담당공무원이 질책성 인사를 받게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복지부동시스템을 만들어놓고 복지부동했다고 처벌하는 것은 무슨짓인가? 그들에겐 희생양이 필요했겠지.) 이도 물론 그 담당공무원을 탓하자는게 절대 아니다. 단지 그 '전례와 규정'에서 조금만 더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내다본다면 이따위 관료주의속에서 팽배해진 '복지부동'정도는 없어질수 있지 않을까 싶은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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