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떡과 빵 by 아우라

두 차례 연속 포스팅 제목이 먹는 것인데 두차례 연속으로 음식밸리와는 상관없는 내용이다. 아버지는 떡을 사고 나는 빵을 산다. 아버지는 가끔 내가 사온 빵을 드시지만 나는 아버지의 떡을 먹지 않는다. 그다지 떡을 선호하지 않는 입맛이기도 하지만 아버지의 다음날 아침식사를 축내고 싶지 않은 이유가 더 크다. 가끔 야참으로 라면조차 끓이기 귀찮아질 때 부엌 테이블위에 예쁘게 놓여진 떡을 보면서 군침을 흘린 적이 있기도 했지만 버릇없이 먼저 흠집을 내서는 안 되지 싶어 고비를 몇 차례 넘기곤 했었다.

배를 채우는 같은 먹을거리면서도 다른 느낌의 떡과 빵처럼 아버지와 나는 당연하게도 같은 듯 하면서 다르다. 그러니까 낯간지러운 애교 따위는 전혀 없는 성격 같은 건 비슷한데 같이 9시 뉴스라도 볼라치면 말싸움을 하기도 할 정도로 정치색이 다른 그런 거. 오늘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청국장 냄새가 맡아져 기분이 좋았었다. 당신은 퇴근길에 근처 고모네 집에 들러 저녁을 이미 드셨음에도 그 집에서 얻어 온 청국장으로 버릇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을 아들 녀석의 저녁 찬을 만들고 계셨던 것인데 하필 내가 거실에서 밥 먹는 시간이 9시 뉴스시간이어서 오늘만큼은 아버지가 노건평이 어쩌구, 경제와 부동산 정책이 어쩌구, 좌편향 교과서가 어쩌구 하셔도 아무 말 없이 꾹 참고 청국장에 밥만 먹었다. 떡과 빵이 세대를 가른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빵을 살 때 가끔은 떡도 같이 사면 그뿐이다.

덧글

  • 도로시 2008/12/05 02:57 #

    동글동글한 것이 떡이죠. 떡도 예쁘게 나와요.. 모양새도 그렇고 안에 여러가지 재료를 넣어서 맛도 다양한 거 같고 요즘은 떡과 빵의 구분이 모호해진 거 같아요... ^^;;
  • 아우라 2008/12/10 16:30 #

    떡으로 만든 케잌도 있다는 얘길 들었는데요.
    모호한데 맛은 확실히 달라요...^^
  • 2008/12/05 08:5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아우라 2008/12/10 16:31 #

    아이들은 특히나 떡을 더 안좋아하는 듯....
    빵에 비해 좀 퍽퍽해서 그런지 말이죠.
  • 닥슈나이더 2008/12/05 09:02 #

    그런면에서는 전 축복이군요...

    아버지와 저와의 정치적 스탠스는 거의 동일하니까요.... ^^;;
  • 아우라 2008/12/10 16:31 #

    쓸데없이 싸우는 일 없겠군요.
    그냥 소모전이에요....^^
  • hkmade 2008/12/05 09:06 #

    요즘 빵집에서도 떡과 빵을 혼합한 제품이 나오더군요. 어제 팀원들이랑 왕창 사다 먹었는데. 평이 좋더라구요.
  • 아우라 2008/12/10 16:32 #

    아, 퓨전이 있긴 하군요. 맛이 괜찮을 듯...^^
  • 2008/12/05 10:4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아우라 2008/12/10 16:33 #

    그거 가끔 작은팩으로 된거 하나씩 사서 심심할때 뜯어먹던 생각나네요...^^
  • sesism 2008/12/05 13:50 #

    그리고 절대 섞일 수 없는 것들이죠. 떡과 빵은 각자의 포지션이 있어야만 해요. 그런데 이게 가족이나 나아가 사람간의 관계까지 그렇다면 약간 슬플 수도... 그래도 공통점은, 둘 다 맛있어요 ㅜ.ㅜ
  • 아우라 2008/12/10 16:33 #

    둘다 맛있듯이 두 사람도 그렇게 다르지만 또 별탈없이 같이 살아요...^^
  • 191970 2008/12/05 14:03 #

    떡과 빵이 세대를 가르진 않겠죠. 둘다 좋아하면 되잖아요.

    하지만 정치색은 너무 어렵네요. 뭐 이건 부모자식이 아니어도 언제나 어려운 문제라서.... 애정을 가진 상대일 수록 화제로 꺼내면 안되는 이야기인 거죠.
  • 아우라 2008/12/10 16:34 #

    우리나라 사람들 모이면 정치와 종교얘기는 절대 꺼내서는 안된다고 하잖아요.
    맞는 말이에요. 답이 없는 승패가 없는 이야기니까요...^^
  • trinity 2008/12/13 18:01 # 삭제

    아 빵도 좋고 떡도 좋습니다..

    아버지... 울컥합니다;;ㅎㅎ
  • 아우라 2008/12/15 22:50 #

    제가 아버지한테는 죄를 많이 지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