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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1월 01일
손이 오그라들었다. 도착한지 5분도 안돼서 입 밖으로 ‘씨발’ 소리가 나왔다. 유난히 참지 못하는 추위 때문이기도 하고, 생애 처음 라이브로 보신각 종소리를 듣게 만들어 준 그 자식한테 하는 욕지거리이기도 했다. 20년 넘게 서울에 살면서 처음으로 가서 내가 본 새해맞이 종각의 모습은 아래 영상과 똑같았다. ‘대통령 선거 다시하자’, ‘아듀 2008 아웃 2MB' 그리고 “만나면 싫은 친구, MB씨 재벌방송” 등등의 빨갛고 파란 카드들이 물결치는 가운데 뿜어져 나오는 하얀 입김들. 폭죽이 울리고 불꽃이 밤하늘에 오르고, 카운트다운을 세기 시작했을 때 가장 큰 목소리들로 이 나라의 대통령을 물러가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방송은 아름다운 모든 것을 외면한 모양이다. 웨딩장갑을 낀 뉴라이트들의 종치는 모습만을 조명하고, 연예인들의 축하공연만 촬영했으며, 서울시장의 인터뷰만 땄다. 경찰들의 폭언과 그들의 바리케이드들과 시민들의 목소리는 움직임을 거부한 픽스된 카메라 워킹과 주변소리를 차단하는 첨단 오디오 기술로 막았다. 이것이 바로 권력과 재벌과 보수언론이 장악한 방송언론이 앞으로 보여주게 될 작은 신호탄이다. 뉴라이트들의 축제가 끝난 이 후에도 종각은 장르가 다른 수많은 드라마들이 펼쳐졌음에도 그것을 보여주는 방송은 없었다. 그래서 이미 얼어버린 입밖으로 또다시 ’씨발‘ 소리가 나왔다. 중립은 비겁함이다. 국민들이 그 나라의 대통령 이름이 뭐시긴지도 모를 평화의 시대만이 중립은 의미를 갖게 되고 선이 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법이다. 대한민국의 현대사속에서 그런 시대가 있었던가. 그래서 중립은 세련된 품위가 아니고 죄악이 된다. 21세기 신독재의 형국에서 선과 악이, 민주와 독재가 싸우는데 심판은 필요 없다. 원하는 세상이 있다면, 혹은 원치 않는 세상으로 변질된다면 우리는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공연을 보고, 술을 마시면서 무엇이 옳은지 입장을 밝히고 싸워야 한다. 당신이 중립이라고 말한다면 나는 당신과도 싸우게 될 것이다. 오그라든 손에 입김 불면서 했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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