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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4월 17일
언젠가 EBS의 지식채널-e에서 본 한 장면. 제주도 해녀들의 고단한 삶을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매일 아침 스무 알이 넘는 두통약을 삼키고 수심 이십 미터에서 이분 넘게 숨을 참으며 전복을 캐는 그들은 대부분 일흔, 여든, 심지어 아흔. 좀 더 쉬운 방법이 있을 텐데 왜 굳이 힘든 물질을 고집하는 걸까. "스킨 스쿠버, 그게 있으면 한 사람이 백 명의 일도 할 수 있다며? 근데 그렇게 하면 나머지 아흔아홉 명은 어떻게 되나?" 평생 힘든 물질로 가족을 먹여 살린 할머니의 마지막 한마디가 오래토록 가슴에 남았다.
도로위에서 차에 치여 죽는 야생동물, 일명 '로드킬'을 다룬 다큐멘터리 <어느 날 그 길에서>를 본 후 고속도로나 국도를 달리게 되면 나도 모르게 속도를 줄이게 된다. 살쾡이며 고라니 같은 동물들이 겨우 아스팔트 위 납작한 얼룩으로 생을 마감하는 모습에 죄책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그게있다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네시간이면 갈 수 있다며? 근데 그렇게 하면 그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를 피해 동물들은 어떻게 길을 건너지?" 다큐가 던진 질문을 생각하며 액셀러레이터에서 잠시 발을 떼는 순간 그 짧은 순간만큼은 나 역시 나머지 아흔아홉 명의 생계를 걱정하던 어느 해녀 할머니의 마음을 닮았을 거다. 하나의 특목고와 아흔아홉 개의 일반고, 하나의 대운하와 아흔아홉 개의 작은 동산, 하나의 대형마트와 아흔아홉 개의 구멍가게, 하나의 주상복합건물과 아흔아홉 개의 다세대 주택, 그리고 하나의 블록버스터와 아흔아홉 개의 작은 영화. 단 하나의 생존을 위해 나머지가 퇴출되는 현실이 대세라고 부르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그 아흔아홉 명중 하나라는 사실을 애써 잊으려고 한다. 하지만 산소통은 한 개뿐이고 내가 그걸 들 처매고 물에 뛰어들 확률은 거의 없다. 불행히도 그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이치다. 개발과 발전만이 살길이라지만 누군가에겐 개발과 발전만이 죽는 길이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단 한명이 살아남기 위해 모두가 희생해야 한다고 몰아세우는 세상이라면 그러나, 그래서, 그러므로 영화는 작고 여린 것들의 존재증명,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아흔아홉 명의 물질이다. (MBC FM 이주연의 영화음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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