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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9월 30일
신종 플루 - 버스를 기다리다가 목이 컬컬해졌다. 도심의 탁한 공기 탓이다. 결국 재채기에 가까운 기침을 했다. 그랬더니 주위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동시에 나를 쳐다본다. 그중엔 하얀 이중 마스크를 쓴 사람이 한명 있었다. 이 분위기를 말없이도 가장 적합하게 설명한다. 어떤 이들은 한두 발짝 슬그머니 멀어진다. 티를 내진 않았지만 난 슬로우에 가까우면서도 절도가 있는 그 미세한 동작을 감지 할 수 있었다. 그저 기침한번 했을 뿐인데 잠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나 열없다.
야구 - 현재 두산과 롯데의 준플레이오프가 벌어지고 있다. 올해 프로야구 정규시즌 1위는 감격스럽게도 기아 타이거즈가 거머쥐었다. 그것도 12년 만에. 야구 보는 재미가 이렇게 뛰어났던 시즌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막판 SK의 연승으로 제발 올해 우승은 못해도 좋으니 한국시리즈 직행티켓만이라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2위인 SK에게 순위를 역전당할 분위기였다. 위기를 잘 넘겼다. 결국 믿음 부족한 냄비팬임을 증명했다. 암튼 이렇게 된 이상 우승을 기대해 본다. 그게 팬심 아닌가. 그런데 막상 한국시리즈 직행하고 느긋하게 하위팀들 플레이오프를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자니 심심해 죽겠다. 걱정 - 누가 나를 걱정해주면 되게 기분 좋다. 영화 - 제작자가 그런다. “슬픈 이야기인데 왜 눈물나게 쓰지 않느냐?”고. 억지 눈물 빼기 싫어 일부러 담백하게 썼으며 그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 될 수 있다고 했더니 “그럼 안 된다.”란다. 그래서 앵벌이 감독신분에 걸맞게 원하는대로 수정작업을 했다. 이젠 ‘신파’란다. 확 뒤집어 버렸다. 그렇게 몇 달간의 동거를 접었다. “나를 감독으로 데뷔시켜줄 사람은 그 사람 말고 또 있을 거다.”라고 지상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생각했다. 안다. 미숙하고 졸렬한 생각이라는 것을. 그러나 이때문에 내가 과음을 하지 않을 수 있는 버팀목은 나를 그곳까지 이끌었던 동료 PD가 아니었다. 그 순진한(?)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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