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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15일
그냥 하는 얘기지만, 나는 그때그때 히트를 치는 어떤 상품들(전자제품이나 옷 같은 것)을 사용해 본적도 없고 구매하고 싶은 생각조차 들지 않으며, TV속 회칠하고 나오는 사람들이 생산 배급하는 어떤 유행어들도 일상생활에서 (특히 술자리겠지만) 내뱉어 본적도 없다. 자주 말하지만 내가 좋아하던 가수나 배우가 갑자기 세상에 주목을 받고 슈퍼스타가 되면 나는 그에 대한 사랑을 놓아버리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CD나 DVD들 중에는 빅-히트된 것들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렇게 주류에서 두어 발자국 떨어져 살아가는 삶의 행태를 (맞는 표현인지 자신은 없지만) 관조적(행동력이 없이 무관심하게 보거나 수수방관하는, 또는 그런 것)이라 불러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렇게 (의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사회를 휩쓰는 큰 줄기를 피해 다니는 것은 튀기 위해서도 아니고 뭔가 일부러 다른 사람들과 다른 무엇을 구현하고자 하는 철학 같은 것이 있어서도 아니다. 한때는 스스로 지극히 마이너 감성 운운한 적도 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못 만든 쓰레기 같은 영화를 ‘B급 무비의 통찰’로 포장하려는 사기꾼 마케터와 같아 보일 뿐이다. 4박 5일간 부산에 다녀왔다. 매년 그렇지만 부산국제영화제에 가면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일부러라도) 혼자 영화를 보러 돌아다니고, 이후에는 매일 술자리를 찾아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게 된다. 영화와 영화 사이에 평균 1시간 혹은 1시간 30분정도의 아무것도 할 것이 없는 시간이 주어지는데 멍하니 센텀시티 롯데백화점 9층 야외 휴게실에서 담배를 피다가 들었던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말을 못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너의 말은 왜 재미가 없을까?” 라는 일주일전 누군가 참 엉뚱하게 물었던 (친하지 않으면 할수도, 할일도 없는) 질문의 답을 그제야 찾은 것이다. 유행어도 섞이지 못하고, 화제가 되는 연예인도 알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이 열망하는 어떠한 코드나 트렌드화 된 상품에 호기심이 결여된 나의 말과 행동. 그렇게 해보려 흉내를 내봤던 과거가 있지만 마치 갤러리아 명품관 앞에서 발가벗고 서있는 느낌이 들어서 이내 접었던 기억도 있다. 그리하여 나의 말은 평이하고 재미가 부족하며, 나의 몸짓은 추억에 남을만한 아무런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한다. 그렇지만 부산에서 본 8편의 영화 중 네댓 편을 통해 나의 재미없는 평면적인 말솜씨와 상관없이 흥미롭고 자극적이며 풍요로움을 간직할 줄 아는 마음은 소유하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일단)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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