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로 돌아오는 길에 by 아우라

친한 영화계 선배가 드디어 과감히(?) 영화를 접고 강남 어디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이 양반의 장점은 나의 단점이고 이 양반의 단점은 나의 장점인 사이여서 개봉작 서너 작품을 하는 동안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서로를 끊임없이 북돋으며 지내는 사이로 그 표현이 다소 까칠해서 그렇지 내게는 적어도 가장 확실하게 아군으로 존재했던 선배이다. 장사는 밖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달리 의외로 손익분기점을 넘기기가 쉽지 않은 상업행위라 알고 있다. 매일, 매주, 매월, 매년 매출여부와는 상관없이 끊임없이 지출해야만 하는 인건비를 포함한 경상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개업 후 3일 후에 인사차 찾아갔는데 며칠째 잠 한숨 못잔 초췌한 몰골의 사장아저씨가 나를 맞이했다. 3일간 3시간 잤단다. 그리고 그는 왜 그랬는지 스타벅스 아이스커피를 앞에 두고 나에게 창피하다고 했다. 번듯한 가게의 사장이 되었음에도 나를 보니 자신이 초라해 보인다나. 나는 당황스러움을 숨기고 나는 형이 부럽다고 했다.

초등학생 아이 둘이 커가고, 집 담보 대출이 목젖을 막 찔러 들어오는 순간의 결정이었으니 그로서는 최선의 선택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다만 이후에도 그 최선의 선택이 최고의 선택이 되길 바랄뿐이다. 제발 돈 많이 벌어서 예전보다 술 사줄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많아지길 바랄뿐이다. 작업실로 돌아오는 길에 “나도 지금 당장 영화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게 되면 영화 지인들을 피하게 될까? 그들에게 부끄러움이 생길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음, 그럴 것 같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었다. 그런게 있는지 몰랐었는데 은근히 영화인 사이에는 험한 바다위 쪽배를 올라 탄 동지애 같은게 있나보다. 떠나보면 알게되는.

덧글

  • 2011/07/04 21:1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1/07/07 18:5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